
심혈관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상위를 차지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진단 이후 '운동은 무리'라며 활동을 줄이고,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을 겪은 사람이라도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면 재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빠르게 걷기’와 같은 일상적이고 실천 가능한 운동이 큰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권준교 교수팀이 이끈 이번 연구는 3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6.7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얻어진 결과다. 연구는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으며, 관련 내용은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심혈관질환 환자, 왜 운동을 꺼리는가
심혈관질환 환자 중 상당수는 진단 이후 운동을 피한다. '심장이 약해졌는데 괜히 무리하면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나 심근경색, 협심증 등으로 응급 처치를 받은 이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회복과 장기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권 교수팀의 연구는 이런 오해를 깨고, '적절한 운동'이야말로 재발을 예방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3만 명 환자, 7년간의 추적 관찰로 확인된 사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관상동맥중재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만 20세 이상 성인 환자 약 3만 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모두 진단 전후로 국가건강검진을 받았고, 당시 설문을 통해 운동 습관을 보고했다.
운동 패턴에 따라 다음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 진단 전과 후 모두 중강도 이상 운동을 지속한 그룹
- 진단 전에는 운동을 하지 않다가, 진단 후 시작한 그룹
- 진단 후 운동을 중단한 그룹
- 진단 전후 모두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
분석 결과, 1번 그룹은 심혈관 사건 위험이 무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강도 이상 운동에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볍게 달리기 등이 포함되며, 주 1회 이상 30분간 수행하면 그 기준을 충족한다.
놀라운 점은 운동을 진단 이후 새롭게 시작한 2번 그룹도 9%의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운동을 시작하기만 해도 분명한 건강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3번 그룹, 즉 운동을 중단한 환자들은 심혈관 사건 위험이 4번 그룹과 거의 동일했다. 이는 운동 효과가 누적되지 않으며, 지속하지 않으면 곧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빠르게 걷기, 가장 실현 가능한 중강도 운동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운동 유형 중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빠르게 걷기다. 특별한 장비나 공간이 필요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빠르게 걷는 행위는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준다. 적절한 속도로 걷는 동안 심장은 자연스럽게 혈류를 강화하고, 근육은 산소 소비량을 늘리며, 호흡기계 역시 건강하게 자극된다.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심혈관질환을 앓은 환자에게는 빠르게 걷기가 부담 없는 운동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걷는 속도나 시간, 횟수를 개인에 맞춰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운동, 전문의 상담이 필수
물론 무조건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 교수는 “과도하고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와 나이에 맞는 운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마다 회복 속도와 심장 기능의 정도는 다르기 때문에,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운동량과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운동 초반에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 전후에는 혈압이나 심박수의 변화를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숨이 지나치게 차거나 가슴 통증이 있는 경우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운동은 약보다 강하다
심혈관질환의 치료와 관리는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하다. 생활 습관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하며, 그 중심에는 ‘지속 가능한 운동’이 있어야 한다.
운동은 단순한 체력 유지 수단을 넘어, 심장 재활의 핵심이다.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혈관 내 염증을 줄이고, 나아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심혈관계 전반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한다.
특히 빠르게 걷기와 같은 중강도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여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무리하며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질병이 지나갔다고 해서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인 운동이 삶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특별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빠르게 걷기 같은 간단한 운동부터 시작해보자. 하루 30분, 일주일에 한두 번만으로도 몸은 변화한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와 ‘지속하는 습관’이다. 당신의 심장은, 움직일수록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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