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만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끝났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암 및 전암성 병변(용종)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진단 도구 중 하나다. 특히 50세 이상 중장년층에서 정기적으로 시행되며, 국내에서도 매년 수십만 건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 대장내시경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시술을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고령일수록 신체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복용 중인 약물이나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검사 후 출혈, 천공, 전신 합병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영·김민재 교수 연구팀이 이러한 위험을 정량화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위험도 지표’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장내시경을 포기하기보다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예측 도구를 통해 대장내시경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보다 정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떤 연구였나? 8,000명 이상 추적 분석
연구팀은 2017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5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은 60세 이상 환자 8,154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이들은 검사 후 30일 이내에 응급실을 찾거나, 계획되지 않은 입원을 한 경우를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정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연령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노쇠 정도와 복용 중인 약물까지 포함해 위험 인자를 점수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장내시경 부작용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량 지표를 개발했다.
위험 예측 지표의 구성: 노쇠도와 약물 복용
이번 연구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 예측 지표다.
1. 노쇠 지표 (Frailty Index)
노쇠 지표는 활력 징후와 혈액 검사 결과를 활용해 고령 환자의 체력과 회복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낮음 (Low) : < 0.25
- 중간 (Medium) : 0.25 ~ 0.40
- 높음 (High) : > 0.40
해당 점수에 따라 각각 0점, 2점, 3점이 부여된다.
2. 복용 약물 점수
혈액 응고와 관련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커지므로 위험 점수가 추가된다.
- 아스피린 복용: 1점
- P2Y12 억제제 복용: 1점
- 항응고제 복용: 1점
이 두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점수를 도출하고, 이에 따라 세 가지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 저위험군: 총합 0점
- 중위험군: 총합 1~3점
- 고위험군: 총합 4~6점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에 따르면 전체 8,154명 중 검사 후 30일 내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114건(1.4%)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험군별로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 저위험군 (4,877명): 부작용 13명 발생 (0.3%)
- 중위험군 (2,922명): 부작용 64명 발생 (2.2%)
- 고위험군 (355명): 부작용 38명 발생 (10.7%)
즉, 최종 점수가 높을수록 대장내시경 부작용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고위험군은 저위험군에 비해 무려 45배 이상 높은 위험률을 보였다. 이는 해당 지표가 단순 통계가 아니라, 임상적 의미가 있는 ‘결정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이 더 위험했나? 약물 복용과 노쇠가 결정적
연구진은 아스피린, P2Y12 억제제(대표적으로 클로피도그렐), 항응고제(와파린 등) 복용이 독립적으로 부작용 발생과 연관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약물은 출혈 가능성을 높이며, 내시경 생검 또는 용종 제거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쇠 지표 역시 낮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간과 높음 그룹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많은 대장내시경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는 환자의 회복력, 전신 상태, 근육량, 영양 상태 등이 검사 후 회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중요한가? 임상 적용 가능성과 기대 효과
이번 예측 지표는 여러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우선, 과거에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시경 검사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표를 활용하면 단순한 나이보다 더 정교한 판단이 가능하다.
- 환자 맞춤형 검사 결정: 검사 여부, 시기, 준비 방법 등을 개인 상황에 맞게 조정 가능
- 의료진 판단 보조: 주관적인 인상 대신 객관적 점수로 위험도 판단 가능
- 의료 자원 절감: 불필요한 응급실 재방문이나 입원 줄일 수 있음
- 환자 신뢰도 향상: 검사를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과학적 설명과 근거 제공
천재영 교수는 “이 지표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임상 도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무리하며
대장내시경 부작용은 무조건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제는 고령 환자일지라도 자신의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고, 보다 정밀하게 검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대다. 단순히 “나이가 많으니 위험하다”는 막연한 추측이 아닌, 객관적 지표를 통해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늘어날 대장내시경 검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임상적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고령의 부모님, 혹은 스스로 고령 환자라면 이제 이 지표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검사를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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