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졸중 치료, ‘시간’이 생명을 결정한다
뇌졸중은 단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질환입니다.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거나 출혈이 발생해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발생 후 치료가 지체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졸중을 ‘골든타임’ 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뇌졸중 치료에 특화된 뇌졸중 전문병원이 있음에도, 정작 환자들이 그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행정적 경계, 병원 지정 기준, 119 이송 시스템 등의 문제 때문입니다.
환자는 가까운 전문병원이 아닌 먼 대학병원으로 보내진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에스포항병원’은 뇌혈관 질환 치료에 특화된 전문병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른바 Door-to-Puncture Time은 전국 평균 115분보다 25분 짧은 90분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곧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치료 시스템과 숙련된 의료진을 갖춘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종종 이 병원이 아닌 권역외 상급종합병원으로 후송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간단치 않습니다.
119 구급 이송의 구조적 문제
현행 119 이송 체계는 병원의 ‘지리적 권역’과 ‘지정된 의료기관 유형’을 기준으로 환자를 이송합니다. 즉,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해당 병원이 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환자를 후송하기 어렵습니다. 에스포항병원처럼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추었더라도, ‘센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뇌졸중 환자가 그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행정 기준이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처음 증상이 발생했을 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판단력과 의사 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119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때 환자의 거주 지역이나 발생 장소가 병원 권역 밖이라면, 실제 치료 가능 병원이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 병원으로 돌아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의료기관을 먼저 거치게 되는 문제
더 큰 문제는 뇌졸중 선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조차 혈전 용해 치료만 가능한 지역 의료기관에 우선 후송되는 것입니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환자는 다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치료까지 2차, 3차로 시간이 지연되고, 환자의 뇌세포는 그 사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됩니다.
뇌졸중 전문병원, 지금의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있다
전문병원이 있음에도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전문성이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은 의료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뇌졸중은 시간 싸움인데, 지금의 행정 시스템은 시간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 정책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뇌혈관 전문병원은 실제로 환자들을 책임지고 치료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의료 질 평가, 재정 지원, 정책 우선순위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평가 항목조차 신생아 중환자실 유무, 결핵 검사 시행 여부 등 뇌졸중과는 무관한 항목이 반영되어, 전문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문병원들이 실질적으로 치료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전국 4개 뇌졸중 전문병원의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36.8% 증가했습니다. 이는 대학병원 의료 공백을 메우는 한편, 지역사회 뇌혈관 질환 치료의 최후 보루로 기능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포항, 경주, 울산은 물론, 멀리 대구, 마산, 창원에서도 환자가 자발적으로 에스포항병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뇌졸중 전문병원의 실질적 신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행정 시스템과 정책이 이를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들 병원의 잠재력은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뇌졸중 골든타임, 정부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재, 뇌졸중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뇌졸중 전문병원이 정당한 의료적 지위를 인정받고, 환자 중심의 이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 전문병원 지정 제도의 유연화 및 확대
- 119 후송 체계 개선 및 의료기관 실력 중심의 이송 기준 마련
- 뇌혈관 치료에 특화된 병원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 강화
- 의료 질 평가 항목의 현실화 및 전문성 반영
마무리: 뇌졸중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하게 하라
뇌졸중은 예방보다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응의 중심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뇌졸중 전문병원이 있습니다. 그들이 곧 ‘생명을 살리는 시스템’입니다.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제는 제도와 행정이 뇌졸중 전문병원을 향해 문을 열고, 환자를 향한 길을 넓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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