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
전 세계가 함께 **염증성 장질환(IBD)**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19일을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이 날은 2012년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협회 유럽연맹(EFCCA)**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각국에서 다양한 캠페인과 행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주로 서구 국가에서 발병률이 높았던 염증성 장질환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환자 수가 3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염증성 장질환이란? –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두 가지 질환으로 나뉘며, 만성적인 소화관 염증을 특징으로 합니다.
1. 크론병(Crohn’s Disease)
-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음
- 특히 소장과 대장 부위에 깊은 궤양과 염증이 나타남
- 항문질환(치루, 농양 등) 동반 가능
- 증상: 복통, 설사,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
2.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 대장에만 발생, 주로 직장에서 시작해 연속적인 궤양이 생김
- 증상: 혈변, 복통, 설사, 뒤무직감(배변 후에도 남아 있는 느낌)
이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여 진단이 어렵고, 자주 과민성장증후군 등 다른 질환과 혼동됩니다. 특히 한 가지 검사로 확진이 어렵기 때문에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원인은 무엇일까? 복합적인 요소의 결합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유전적 요인: 가족력과 연관
- 면역체계 이상: 자신의 면역세포가 장 점막을 공격
- 장내 미생물 불균형: 나쁜 균이 증가하고 좋은 균이 줄어드는 현상
- 환경적 요인: 식습관, 스트레스, 흡연, 항생제 남용 등
이처럼 원인이 단일하지 않아 예방법이 없고, 증상이 시작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치하면 위험한 합병증
염증성 장질환을 방치할 경우, 단순한 복통이나 설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병증
- 장 협착: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이 좁아지는 현상
- 장 천공: 장벽이 뚫려 복막염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 영양소 흡수 장애: 특히 소장 염증은 철분, 칼슘, 비타민 등 흡수 방해
- 성장 장애: 청소년기의 경우 성장 지연
- 대장암 위험 증가: 염증이 오래 지속될 경우 암 발생 가능성 증가
특히 크론병은 청소년기나 20대 초반에 발병률이 높고, 이 시기 진단되면 이미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신 치료법, 증상 억제에서 질병 조절로 진화
과거에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염증을 억제하고 장기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 초기 경증 환자: 메살라진(5-ASA 계열) 경구 치료 + 국소 치료 병행
- 치료 반응이 없을 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투여
- 중등도 이상: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 활용
크론병
- 초기부터 강력한 치료 전략 필요
- 가속 스텝업, 톱다운 전략 사용
- 염증 조절을 위해 조기부터 생물학제제 등 고강도 치료 적용
- 장의 구조 손상 예방이 핵심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 치료의 새 방향
생물학제제는 특정 염증 반응 경로를 차단해 장기적인 염증 억제가 가능합니다.
주로 병원에서 정맥 주사나 피하 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경구로 복용 가능한 소분자제제도 등장하면서 환자들이 약 복용의 편의성과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 연령, 치료 반응,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한장연구학회, 인식 개선과 환자 지원에 앞장
대한장연구학회는 국내 염증성 장질환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로,
- 대국민 인식 캠페인
- 환자용 브로슈어 제작
- 유튜브 채널 ‘장 이야기’ 운영
- 전문의와 환자가 함께하는 공개강좌 개최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 전달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정성애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조기 치료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환자들이 병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꿈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염증성 장질환, 더 이상 낯선 질병이 아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특히 10~30대 환자들이 일상과 학업, 직장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 꾸준한 관리만 있다면 관해 상태로 충분히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주변에 관심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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