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꾸는 의료의 패러다임
의학은 오랜 시간 동안 생명 연장의 꿈을 향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최근 그 발전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특히 인공지능, 바이오엔지니어링,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이제는 치료를 넘어 예방과 재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영역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스위스 라이프사이언스 심포지엄’은 이런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스위스의 대표 연구기관인 로잔연방공대와 프리부르대학, 그리고 세계적 제약기업들이 참가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첨단 기술들이 공개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당뇨발 예방을 위한 스마트 신발이었다.
당뇨발, 예방이 중요한 이유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혈관과 신경이 손상되며, 특히 발과 같은 말초 부위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는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하게 되며, 이로 인해 발의 감각이 둔해진다.
감각이 둔해지면 작은 상처나 압박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피부 손상이나 궤양, 심하면 괴사에 이를 수도 있다. 이를 당뇨발이라 부르며, 치료가 늦어지면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센서와 AI가 결합된 스마트 신발의 등장
이브 페리아르 교수는 로잔연방공대에서 개발한 스마트 신발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사람의 발바닥에 실시간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위험을 예방하는 데 있다. 이 신발의 밑창에는 50개 이상의 압력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가 걷거나 설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석할 수 있다.
압력이 특정 부위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그 부위는 혈류가 저하되어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 스마트 신발은 그러한 압력을 미리 인지하고, 밑창 내부의 점성을 변환시켜 압력을 분산시킨다. 밑창 안에는 특수한 유체가 들어있는데, 이는 자기장에 반응해 점성이 변하며, AI가 이를 제어한다. 덕분에 환자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위험한 압력이 특정 부위에 쏠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되던 깁스 형태의 발 보호 장치는 보행의 불편함과 제한된 적응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스마트 신발은 보다 능동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생체 전기를 활용한 인공장기 기술
같은 행사에서 발표된 또 다른 혁신 기술로는 마이클 메이어 교수가 소개한 생체발전 인공장기 연구가 있다. 그는 인간의 몸속에서 발생하는 자연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인공장기를 작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배터리나 외부 전력원에 의존해야 했던 인공장기들이 이 기술을 통해 자가 발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어 교수는 전기가오리와 전기뱀장어의 생리 구조에서 착안해, 세포 배열을 모방한 하이드로겔 기반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인체 내의 대사 작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등 자연적인 생리 현상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현재는 100V 수준의 전력을 생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에는 ATP 같은 생체 에너지 물질을 직접 이용해 인공장기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심장 박동기나 인공 췌장처럼 지속적으로 작동이 필요한 장치를 외부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공근육 기술로 혈류와 생체기능 조절
요안 시베트 박사가 발표한 인공근육 기술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또 다른 혁신을 예고했다. 이 기술은 인체 내부의 혈류를 제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대동맥의 혈류를 전기신호로 조절해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인공근육은 생체 조직처럼 유연하고 반응 속도가 빠르며, 공기압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기 자극을 통해 근육처럼 수축하거나 이완하며, 이 기능을 통해 혈류를 조절하거나 소변 배출과 같은 생리 기능을 돕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현재는 인공 방광, 요도조임근 조절, 안면 근육 재건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장애인 재활이나 고령자의 기능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연구진과 산업계의 참여도 주목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의 여러 연구자들과 기업들도 참여해 자국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분당차병원 이주호 교수는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과 세포면역 치료의 진전을 소개했고, 연세대학교 신동준 교수팀은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근육 전기자극 자전거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실제 국제 대회인 사이배슬론에서 우승하며 그 실용성과 완성도를 입증받았다.
또한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와 노바티스는 맞춤형 암 백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 조성 비전 등을 공유하며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무리하며
스마트 신발은 단지 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제품이 아니다. 실제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위기를 예방하며, 일상 속 불편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의료기기다. 당뇨병 환자처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는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한국과 스위스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학계와 산업계, 공공기관이 힘을 모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의료 기술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혁신이 될 것이다.
관련 링크
- 로잔연방공대 공식 웹사이트: www.epfl.ch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기술 동향: www.khi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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