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감정이 심장을 공격한다: 상심증후군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혼, 실직, 혹은 극심한 배신과 같은 감정적 고통을 겪었을 때 가슴이 조여오고 숨 쉬기 어려운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의학적으로는 이 상태가 실제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라 부른다. 의학적으로는 **타코츠보 심근증(Takotsubo cardiomyopathy)**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해 심장이 일시적으로 수축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미국심장협회 저널(JAHA)**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상심증후군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를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남성의 상심증후군 사망률이 여성보다 두 배 높다는 점을 확인하며 성별에 따른 회복력과 사회적 요인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상심증후군,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두 배 높다
2024년 5월 14일(현지시각),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실린 연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상심증후군으로 입원한 18세 이상 성인 약 2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중 전체 사망률은 **6.5%**였으며, 남성은 11.2%, 여성은 **5.5%**로 집계됐다. 즉,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의 2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질환 발생 빈도는 오히려 여성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상심증후군 환자의 약 **83%**가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가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상심증후군의 원인과 증상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상심증후군은 심장의 좌심실이 문어잡이 항아리처럼 부풀어 오르며,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는 극심한 감정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다음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
- 심한 호흡곤란
- 메스꺼움 또는 구토
- 어지럼증, 실신
이는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과 증상이 유사하여 처음에는 혼동되기 쉽지만, 관상동맥에는 막힘이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실제로 환자의 심전도나 혈액 검사 결과는 심근경색과 매우 흡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유일한 발병 원인은 아니다
상심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혼, 실직 등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발병하지만, 무조건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의대 일란 위트스타인(Ilan Wittstein) 박사는 “단순히 일상적인 좌절이나 운동, 교통 상황 등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심리 반응이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급증으로 인해 심장 주변의 작은 혈관들이 수축하고 혈류가 제한되면서 발생하는 물리적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취약하다.
남성이 더 위험한 이유는 ‘사회적 고립’ 때문?
상심증후군의 발병률은 여성에게 높지만, 남성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은 연구자들에게 큰 화두가 되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애리조나대학교의 심장 전문의 무하마드 무바헤드 박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 지지망이 취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 상대나 감정을 털어놓을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감정적 고통을 내면에 억누르거나 처리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신체적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이나 자살률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상심증후군의 후유증도 가볍지 않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상심증후군은 회복률이 높지만, 그 이후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후유증이 관찰되었다:
- 울혈성 심부전: 35.9%
- 심방세동(부정맥): 20.7%
- 심인성 쇼크: 6.6%
- 뇌졸중: 5.3%
- 심장마비: 3.4%
특히 울혈성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성 피로, 부종, 운동능력 저하 등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위트스타인 박사는 일부 사망자는 상심증후군 자체보다 이로 인한 2차 합병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심장 전문의들이 권장하는 대처법
상심증후군은 비교적 회복이 빠른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증상이 시작되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심장 질환 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조한다:
-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병원으로
- 평소 스트레스 관리법을 실천할 것 (명상, 운동, 사회적 교류 등)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꾸준히 관리할 것
- 감정 표현을 억누르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
- 심장 재활 프로그램 참여도 도움이 될 수 있음
마무리: 마음의 상처도 심장을 멈추게 한다
상심증후군은 단지 ‘감정적인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 아니다. 이는 실제로 심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의학적 질환이며, 감정과 신체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가진 남성 등은 스트레스 관리와 조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정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몸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심리 반응으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보자. 몸과 마음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 될 수 있다.
참고 링크
- 미국심장협회 저널 (JAHA): https://www.ahajournals.org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질환정보: https://www.amc.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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