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여전히 생존율 낮은 난치성 암
췌장암은 국내에서 암 발생률 8위에 해당하는 비교적 흔한 암이지만, 치료 성공률은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전체 5년 생존율이 16.5%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으며, 조기 진단이 어렵고 대부분이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견된다.
최근 들어 다양한 암종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면역항암제가 도입되고 있음에도, 췌장암 면역치료제는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췌장암에서 면역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그 해법의 단서를 찾아냈다.
췌장암 면역저항성의 원인, 종양 섬유화
췌장암은 종양 주변에 형성되는 ‘종양 섬유화’라는 독특한 종양미세환경으로 인해 다른 암보다 치료 저항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양 섬유화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며 콜라겐 같은 세포외기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기질은 단순한 물리적 장벽을 넘어서 면역세포의 종양 접근을 방해하고, 약물의 전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면역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항암치료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연구진, 면역세포 분포와 유전자 변이의 관계 규명
서울아산병원 전은성 교수(의생명연구소), 김송철 교수(간담도췌외과), 그리고 KAIST 최정균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공동연구팀은 최근 췌장암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유전자 변이 패턴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17명의 종양 조직을 다중형광 면역화학조직염색 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는 종양 내부보다 주변 세포외기질에 약 3.8배 더 높은 밀도로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T세포의 밀도가 높을수록 환자의 생존율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고, 세포외기질 밀도가 일정 수준(약 40%) 이상 증가하는 시점부터는 오히려 T세포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는 면역세포의 침입을 제한하는 기질 밀도의 임계점을 찾아낸 중요한 성과다.
KRAS G12V 유전자 변이, 면역세포 활성에 영향
연구의 핵심은 T세포의 분포 변화가 특정 유전자 변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전장엑솜분석을 통해 췌장암 면역치료제의 효과가 KRAS 유전자 변이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췌장암 환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KRAS 변이 중에서도, G12D와 G12V 하위 유형을 비교 분석한 결과, G12V 변이를 가진 종양에서 T세포가 훨씬 활발하게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KRAS G12V 변이 췌장암 환자가 면역치료제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과로, 향후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더불어,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 모델에서도 G12V 변이에 따라 면역세포의 활성화 여부가 달라지는 인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는 실험실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으로의 전환 기대
서울아산병원 전은성 교수는 “KRAS 변이의 하위 유형 중 G12D 변이와 G12V 변이 비율은 2:1 정도지만, 지금까지 G12V 변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G12V 변이를 가진 췌장암 환자군의 면역세포 분포가 더 활발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G12V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췌장암 면역치료제를 적용하면 생존율 향상에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전략을 차별화하는 정밀의료 시대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전망과 연구의 의의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는 “췌장암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암이지만, 지난 10년간 생존율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할 만큼 치료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유전자 기반 연구와 환자 맞춤형 치료 접근이 더해지면, 머지않아 실질적인 치료 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종양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Cancer Letters’에 게재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과제를 통해 수행되었다.
특히, 종양미세환경 분석을 통한 면역세포 이동 패턴, 유전자 변이에 따른 치료 반응 차이 등을 체계적으로 입증한 이번 연구는 췌장암 면역치료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마무리하며
췌장암은 여전히 어려운 암이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유전자 변이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면역세포의 행동 양상과 생존율 간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연결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G12V 변이를 가진 췌장암 환자에게 특화된 췌장암 면역치료제가 개발되어 실제 임상에서 적용될 수 있다면, 췌장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정밀의료와 유전체 분석의 시대, 치료 전략도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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