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청소년, 모바일 게임으로 사회성 향상 효과 확인

1. 디지털 기술과 정신건강 치료의 만남

최근 의료계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청소년의 사회성 향상에 모바일 게임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이 공동 참여한 이번 연구는 전통적인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사회기술훈련 외에 새로운 형태의 ‘게임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치료에 있어 디지털 치료기기의 활용이 실제 임상효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사회성 발달 문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대표적인 사회성 발달장애다. 이 질환을 가진 청소년은 타인과의 눈 맞춤, 감정 교류, 대화의 흐름 이해, 사회적 상황에 맞는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특정 주제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적의사소통장애 역시 언어적 이해는 가능하지만, 맥락에 맞는 의사소통 능력은 부족한 경우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큰 제약을 받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존재해왔다. 치료 접근성과 지속성, 동기 부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3. 연구 개요와 방법

이번 연구는 2023년 8월부터 11월 사이에 세 병원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또는 사회적의사소통장애로 진단된 10~18세 청소년 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모두 경증 환자였으며, 연구진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쪽은 기존 방식의 치료만을 받은 그룹(19명), 다른 한쪽은 모바일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NDTx-01)를 병행한 그룹(19명)이었다.

이 디지털 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올해 1월에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었으며,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을 게임 미션 형태로 제시해 사회적 기술을 훈련하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점심시간에 자리 찾기, 단체 활동 중 의사결정 등 실제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사회적 상황이 게임 내에 등장하며,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4. 실질적인 치료 효과 확인

연구 결과는 명확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병행한 그룹은 기존 치료 그룹보다 모든 항목에서 유의미한 점수 향상을 보였다. 전체 사회적 적응행동조합 평가 점수는 모바일 게임 치료군이 평균 5.89점 상승한 반면, 기존 치료군은 1.21점 상승에 그쳤다.

특히 사회성 영역에서의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모바일 게임 병행 치료군은 평균 6.05점 상승한 반면, 기존 치료군은 0.42점에 불과했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서도 모바일 게임 병행군은 평균 4.16점 향상되었지만, 기존 치료군은 오히려 0.74점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실제 행동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5. 치료 접근성의 장점

모바일 게임 기반 치료는 기존 치료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치료에 대한 동기 부여가 부족하거나,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어려운 청소년 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게임은 자발적인 몰입을 유도하고, 과제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바일 게임의 흥미 요소가 환자의 몰입을 유도하고, 이는 곧 치료 효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대면 치료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보완적 치료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 디지털 치료기기의 미래

이러한 연구 결과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정신건강 치료 분야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NDTx-01과 같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향후 자폐스펙트럼장애뿐 아니라 ADHD, 불안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대면 기반의 치료 모델로서 공공의료 시스템 내 편입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 모바일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이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제도권 진입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7. 결론: 자폐 청소년 치료의 새로운 지평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약물이나 심리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도입은 환자에게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의료진에게는 더 효과적인 치료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기반의 치료가 정규 치료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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